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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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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놀이 - 요즘 일렁거린다. 파도가 된 기분. 밤이 포말처럼 가볍다. 부서지기 쉬워지고 흐트러지는 것이 우선 되는. 좋다. 나약한 것이란. 고양이 네 마리가 엉켜 가로수 아래서 잠들어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배를 바라보며 나는 평온해지고. 편의점에서 산 캐러멜을 입 속에 넣는다. 달달해진 입속. 풍경이 정물에 가까워지면 아주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며 집으로 간다. 발걸음마다 몸이 들썩인다. 파도처럼 걷는다. 범람이 일상. 오늘 일기는 웃는 표정만 그려놓아야지. 대문 옆 선술집의 웃음소리가 어깨에 먼지처럼 붙는다. 밤처럼, 포말처럼, 흐트러지기 쉬운 것. 나약하므로 새벽을 호위하는 것들. 노트에 적힌 고백 곁으로 데려가야지. 나의 바다를 보여줘야지. -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미래가 좀 더 반짝거린다. 신난다.
우리는 가끔 같은 결이 되어 너를 만나러 간다, 라는 말이 얼마나 다정한 것인지. 바람 혹은 구름과 닮은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나는 자주 기대곤 했다. 공원 산책처럼 살자 느릿느릿 걸음 옮길 때 따라오는 옅은 그림자들은 이제 무서워하지 말자 발자국 따라 걷기도 하고 발자국 덮어가며 걷기도 하고 오늘은 삼십 분이 되기도 하고 내일은 두 시간이 되는 것처럼 비 오는 날엔 취향 가득한 우산 쓰고서 숲 비린내 맡으며 들뜬 피부를 겹치기도 하면서 불러도, 애인의 이름은 살짝 지워져서 누굴 부르는지 몰라 날 불렀냐며 되묻는, 빗소리 사이에서 무분별한 대화를 하는 것처럼 곁에 둔 체온에 심장이 울긋불긋한 잎사귀처럼 따스해지는 것처럼 나를 만나러 오는 네게 나는 어김없이 물들어 서로에게 기댄 말과 어깨와 시간은 이제 같은 결이 되어버리고 주저하지..
일기 0021 1.살면서 찢어버리고, 죽이고 싶은 기억과 사람, 자신이 있지. 그럼에도 웃으면서 오늘을 방치하는 사람은 찢는 것을 성공한 사람이고. 그렇기에 웃으면서 울 준비를 하는 사람은 찢어내지 못하고 구긴 자국 남은 걸 마음에 품은 사람이고. 2.나는 과연. 3.숨쉬는 오후.
일기 0020 1.죽고 싶어. 알고보면 이미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2.해야할 일 이 많다. 견뎌야 할 것도 많다. 운만큼 떠내려갈 수 있다면 계속 울 수 있겠지. 하지만 바닥만 축축해진다. 손을 들어도 나만 발표할 수 없는 꿈을 꾸고 모두가 부르는 합창에서 나만 목소리가 안나오는 꿈도 꾸고. 먹먹하다. 3.8월. 정말 중요한... 알아봐야 할 것이 몇몇 있다. 부지런히 견고해져야해.밀크티를 마시다가도 죽고 싶다. 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마시고 있는 밀크티가 좀 더 진했으면 좋겠어. 내일 마트에서 그 브랜드를 사야지. 하는 생각이 좀 더 크고 무겁도록 해야한다. 노를 저어가듯, 축축한 바닥을 기어가야 한다. 운다고해서 별일 있는 것이 아니듯. 4.책이 왔다. BL만화 한 권과 시집 세 권. 달달한 만화는 고..
일기 0019 당신들은 너무 착하다 너무도 아픈 것이 잘 여문다.
일기 0018 - 고백 우리, 무너지기 전에 안아버려요기댈 수 있는 문장이 되어버리자구요서로가 서로를 향한 방향으로 -기댈 수 없을만큼, 사라진 지면에서 당신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겠죠이해되기에 슬픈 하루 -그래서 소중한 것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해심연이 되는 것 모두가 어둠 -주말 내내 덥더라. 찐득한 몸으로 방바닥 굴러다니면서 밥 먹고, 애니보고, 창문 보고, 물 마시고. 숨 쉬고.그렇게 살고. 더위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열심히 놀았다.
일기 0017 -마음이 오고가고 싶어너무 꼭꼭 담아두고 살았지사랑하고 싶어애정하고 싶어고요하지 않고 싶어사르르 사라지는 것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어 눈비눗방울속눈썹손부채 바람살가운 부름 어여쁘다, 마음을 당신에게 조금은 소란스럽게 말하고 싶어 - 여름이 진짜 바짝바짝 거린다.매미는 아직인가. 울음이 여름이길 바란다.울음이 멈추면 여름도 멈추길 바란다. -아이 손을 꼭 잡고 가는 당신아.촉촉해진 눈가만큼 젖은 손바닥도 따스하다는 걸 아는 사람아.
일기 0016 신나는 노래가 배경음으로 깔린 영화를 보고어제 먹은 당근 케이크가 맛있었어 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지색색의 팬티를 접어 서랍 속에 가지런히 놓고한번 색깔별로 다시 재정리하고서 흐믓해하는 주말 그럼에도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생각을 지니자 나는 정말 부러졌다는 것 내게 결이 있다면 쓰러지고 부러져 생긴 상처일꺼야 따위 아무 소용도 없이 창백한 우울의 밤이 지나가고 있지 -악의없는 인간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