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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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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리스트 서치 리스트 / [너무 행복해서 무서워요]를 검색하는 사람[오늘 당장 죽고 싶다]를 검색하는 사람벌써 더워. 중얼거리며 등에 난 땀에 달라붙은 블라우스를 떼어내는 사람앞서 계단을 오르던 노인을 앞지르며 나는 아직 괜찮다고 인정하는 사람새끼손가락에 맺힌 생크림에 기뻐하는 사람전신을 빡빡하게 채우는 아우성에 불행한 사람찌그러진 금색 안경테를 쓰고 있는 사람잠들지 못한 저녁을 위해 낮 동안 기력 없이 지내는 사람새로 산 책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쓰레기통에 있던 책을 집어 들어 읽는 사람노래 부르는 사람귀를 틀어막는 사람전력으로 뛰는 사람뒷걸음질 치며 울음을 참는 사람 지하철을 세 개나 그냥 보낸 채로당신들을 본다나도 가끔 당하는 판결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벤치에 앉아 우울한 표정으로 점점 희미해지는 낱말일..
꼬리 꼬리 / 죽어버려 한심한 사람들상경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수도 없이 되뇐다그곳에만 가면, 몸속에 사육하고 있던 감정들의 이름을 겪는다멀어지는 차창의 풍경 속, 당신은 계속 손을 흔들었다나는 또 피치 못할 짐승을 기르고 눈물을 먹인다부모 앞에서만 진지해지는 인생내 것이 아닌 것을 드러낸 것 같아서 한없이 부끄러운데책을 들었다읽고 책장을 넘긴다고속버스는 흔들렸다운전 습관이 고약한 운전수고속도로 뽕짝에 맞춰 입을 벌렸다 다문다불결한 노랫말나는 이제야 그 가사를 이해하게 되었지차가운 유리창에 관자놀이를 맞댄다도마뱀이 살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 것처럼어미와 아비는 꿈틀거리는, 내가 남겨놓고 온 꼬리를 바라보며 서글퍼졌고수백 명의 살냄새가 섞인 버스 속에서뭉특한 꼬리뼈를 비집고 자라나는 또 하나의 꼬리별안간, 전화가 ..
옆집 옆집 / 행복하게 되면, 가능한 겁니까. 무너지기 직전의 철탑에서 손인사를 목격해도, 생면부지 사람에게 뺨을 맞아도, 토기가 쏠릴 만큼 더러운 일로 돈을 벌어도, 나는 이것마저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까. 행복하다면요. 어미가 아흔 넘은 늙은이의 똥물을 받아야 하고, 아비는 야간에 잠도 제대로 못 들어 꾸벅꾸벅, 모자란 밤을 지새워야 하는 걸 보고도.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면 정말 행복한 것입니까. 모든 종교를 혐오하는 주제에, 힘들 때 두 손 맞잡아 무릎 꿇고서. 왜 나한테 자꾸 이러는 건데요!라고 소리치는 것은. 옆집 사내가 벽을 두드리며 닥치라고 하는 것은. 신이 내게 내린 결과입니까 아니면 과정입니까? 나는 오래간만의 파란 하늘 아래서, 노을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십 칠층 옥상에..
고요한 소년 B 고요한 소년 B 너의 어린 시절에는 머리에 돌이 자주 날아들었다.너는 고요한 연못.아이들을 언제나 그랬듯 고요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오줌을 누고 돌을 던지고, 생물 시간 해부실험 후 남은 개구리를 모아 뿌렸다.너만 아무것도 던지지 않았고.네가 바라보던 연못의 붉고 축축한 물결.연못에 있는 동상 말이야, 밤마다 우는소리를 낸다고 해.아비에게 맞아 죽었는데, 죽은 동생을 본 따 누이가 동상을 만들었다고 하잖아.그래서 운다고, 한이 있다는 소문.한이 뭐냐.친구의 물음에 너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맞고 나서, 죽고 나서, 딱딱해지고 나서, 억울한데. 그래도 아빠가 보고 싶은 거. 많이 아주 많이. 빗방울이 너와 우리를 죽인다. 아무도 말끔히 닦아낼 수 없는 얼굴을 적시는 수억 개의 폭력.어느, 하교 시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