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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같은 결이 되어

 

 

너를 만나러 간다,  라는 말이 얼마나 다정한 것인지. 바람 혹은 구름과 닮은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나는 자주 기대곤 했다.

 

공원 산책처럼 살자

느릿느릿 걸음 옮길 때 따라오는 옅은 그림자들은 이제 무서워하지 말자

발자국 따라 걷기도 하고

발자국 덮어가며 걷기도 하고

오늘은 삼십 분이 되기도 하고 내일은 두 시간이 되는 것처럼

비 오는 날엔 취향 가득한 우산 쓰고서

숲 비린내 맡으며 들뜬 피부를 겹치기도 하면서

불러도, 애인의 이름은 살짝 지워져서 누굴 부르는지 몰라

날 불렀냐며 되묻는, 빗소리 사이에서 무분별한 대화를 하는 것처럼

곁에 둔 체온에 심장이 울긋불긋한 잎사귀처럼 따스해지는 것처럼

 

나를 만나러 오는 네게

나는 어김없이 물들어

서로에게 기댄 말과 어깨와 시간은 이제

같은 결이 되어버리고

주저하지 않는다

빛으로 넘치는 것을

 

그리하여,

다정에 푹 젖어버린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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