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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0013 5월과 6월 사이 유난히 잦은 실패오리무중인 여름밤거리숨토마토와 토마토괜찮다-고 말하는 습관오류모드그럼에도 다정한 사람들
비교 일상 비교 일상 당신의 글과 나의 글이당신의 일상과 나의 일상이당신의 음료와 나의 음료가당신의 걸음과 나의 걸음이당신의 러브와 나의 러브가 노트북 화면 빛을 빌려 겨우 내 발을 찾는다이렇게 차가웠다니당신의 발은 나처럼 서늘하지 않겠지 당신을 사랑하다 보니 미워하게 되었지오래전부터 여름마다 찾아오는 습기를나의 눈가와 비교하며 애석해했었고당신의 눈가는 반짝거리는 빛의 알갱이만 있는 것이이젠 서러워 노트북 빛에 의지한 채 비척거리며싱크대 앞으로 걸어가지꺼내둔 보리차를 마시고 마시다가 이게 상한 건가 싶었고툭, 내뱉어 쓰디쓴내 질투가 썩어가고 있어
검은, 비닐봉지 검은, 비닐봉지 부름이 적어서 그런 건가. 하늘에 떠있는 한 점은 검은 비닐봉지의 전언. 너는 누가 불러서 저렇게 떠다니는 거야. 저승 나비처럼 팔랑 팔랑거리면서. 일기를 안 쓴지 오래다. 갈수록 기록의 표정이 어두워졌기에. 이를 악다물고 있듯, 단어 하나하나 빼곡하게 괴로움을 말했다. 짓이겨진 종이. 찔러 죽일 듯한 검은 펜. 일기를 쓰면 쓸수록 심장이 망가졌다. 노을을 볼 때마다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돌진했다. 살고 있다고 스스로 증명하기 위하여. 은행나무가 즐비한 길가. 꼬마는 어린이집에서 수수깡으로 만든 집을 들고 간다. 엄마, 여기서 엄마랑 나랑 사는 거야. 두 손으로 보금자리를 들고 있다. 생일 케이크처럼. 더없이 소중하게. 엄마라는 당신은 행복하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좋은 날. 꼬마의 간..
일기 0012 -둥근 것은 앞니로 뒷목을 물고, 눈으로 제 그림자의 뒷면을 볼 수 있는 것이라서. 무튼, 축구 쥑였다. 새벽에 민폐 가득 소리 질러버렸어. 오늘만큼은 좀 봐주세요. 보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 나려했다. 공에 두들겨 맞는 모습. PK 안 받으려 뒷짐지고 있는 처절한, 안타까운 모습. 그럼에도 몸을 던지는 선수들. 막막, 그렇다. 아등바등. 잘 하는데 뭔랄까, 짠했어. 그래서 더 골 넣고 나서 울어버렸지. 무튼2, 조온나아 까리했다. -스포츠는 좋다. 초딩 시절 미치겡이처럼 피구하던 내 유년도 생각나고, 웃음 지었고. 꼬물꼬물 공 던지던 시절. -늙었나.늙었지만. -한강. 책을 읽고 충격받아서 마음 끙끙 앓았던 작가가 최승자, 박민규, 김애란 님이었는데. 한강 작가님의 책을 읽고나서 나는 뜻모를 감정에 이름..
얼굴에 놓인 선분 얼굴에 놓인 선분 / 푸른 점이 거기 있다. 왜 거기 있냐라고 물으면 대답 않고 새벽녘처럼 번지기만 할 뿐. 너는 원래 그러한가 물어도 비명 없이 있는데. 푸른 점, 태어나자마자 얻은 별명이 몸에서 빠져나가더니 거기에 있다. 냉장고 앞, 아니면 세탁기 앞에서 그것도 아니면 소변 누고 있는 내 앞에 머문다. 둥글고 푸르뎅뎅한 점, 비 오는 날이면 작아지고 햇빛이 건실해지면 점도 튼튼해졌다. 비 오는 날보다 맑은 날씨에 동반자살한 사람이 많다는 뉴스를 보았고 점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저것은 퉁퉁 몸을 흔들며 괘념치 않았다. 오로지 거기에서 투웅 퉁. 떠나지 않고 내가 보이는 곳에 푸른색이 있을 뿐. 빠-안히 나를 지키는 우울. 내가 아닌 주인은 필요 없다며 고집하는 샘. 내게 묻는다. 담담한 목소리. 처음..
일기 0011 -최승자.최승자.이런 이름이라서 저런 글을 쓸 수 있는 건가요. -(최승자 시인의 글)/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하나 둘 셋 넷 다섯도 못 넘기고 지붕도 하늘도 새도 보이잖고 그러나 난 죽으면서 보았어 나와 내 아이가 이 도시의 시궁창 속으로 시궁창 속으로 세월의 자궁 속으로 한없이 흘러가던 것을 그때부터야 나는 이 지상에 한 무덤으로 누워 하늘을 바라고 나의 아이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나쁜놈, 난 널 죽여 버리고 말 거야 널 내속에서 다시 낳고야 말거야 내 아이는 드센 바람에 불려 지상에 떨어지면 내 무덤 속에서 몇 달간 따스하게 지내다 또다시 떠나가지 저..
일기 0010 -우습게 살아야 한다. 우습게. 주말에는 영화와 영화를 영화로. 비워야 사나, 채워야 사나. 뱃속은 그득해지지 말도록 하자. 그건 분명해. 빈곤이 삶이 되기에는 나는 아직 멀쩡하다지. 노력해야해. 꼬리를 흔드는 개. 토마토가 썩어가고 있다. 냉장고가 점점 비워지면 불안하다. 요즘은 채식 위주. 그래도 달걀은 먹어야지. 하루에 한 알. 차암, 죽지 않을라꼬. 버둥거린다. 매끼 우적우적 씹는다. -그들의 저녁. -그것이 알고싶다. 무섭다. 사람 새끼라는 것들이 죄다 허잡스럽다. -그럼에도. -꽃을 꺾지 않는 사람이 있고눈물 기꺼이 흘리며 고개 끄덕이는 사람이 있고무너지지 않으려 함께 손잡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아직은 옳다.
새벽은 우는 시간 새벽은 우는 시간 / 청춘이 슬퍼지는 날 그때는 죽어버려야지반듯하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오늘 산 플라워 포스터는 벽이 아닌 천장에 붙였다수국이 가득한 착시로 잠결마다 행복해지고 즐거운 퇴비가 되자간결한 오염이 되자오늘부터 희망사항은 알맞게 썩는 것 짝꿍의 키스로부터나는 적절한 온도가 되고우리의 체취와 유머가 같은 종이 되면혀를 깨물어야지자장자장당신과 나의 놀음이 좋아얼얼해진 혀끝으로 지난밤의 신기루를 말하고어느덧 다 괜찮아지는 새벽의 도래설레는 망명이라 하자 어깨너머로 해가, 붉은빛이 떠오른다찬란한 썩음이단칸방에 놓인 표정들을껴안아버리고 우리의 우울을 좌지우지하는청춘의 소동 나는 잠시 저항을 멈춘다자, 이제 울음을 겨우 하는 시간뜨거운 몸뚱이 되어가열차게 썩는 외마디 유언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