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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놓인 선분





얼굴에 놓인 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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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점이 거기 있다. 왜 거기 있냐라고 물으면 대답 않고 새벽녘처럼 번지기만 할 뿐. 너는 원래 그러한가 물어도 비명 없이 있는데. 푸른 점, 태어나자마자 얻은 별명이 몸에서 빠져나가더니 거기에 있다. 냉장고 앞, 아니면 세탁기 앞에서 그것도 아니면 소변 누고 있는 내 앞에 머문다. 둥글고 푸르뎅뎅한 점, 비 오는 날이면 작아지고 햇빛이 건실해지면 점도 튼튼해졌다. 비 오는 날보다 맑은 날씨에 동반자살한 사람이 많다는 뉴스를 보았고 점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저것은 퉁퉁 몸을 흔들며 괘념치 않았다. 오로지 거기에서 투웅 퉁. 떠나지 않고 내가 보이는 곳에 푸른색이 있을 뿐. 빠-안히 나를 지키는 우울. 내가 아닌 주인은 필요 없다며 고집하는 샘. 내게 묻는다. 담담한 목소리. 처음 들어 본, 하지만 언젠가 들어봤던 목소리로




너는 시인입니까


감히 시인입니까


당신은 어느 시인처럼 평범한 


개죽음을 인정하고 있습니까




나는 아무 말 하지 못한다.


도저히, 떼어지지 않는 입.


얼굴 위에 뜬 가느다란 선분을 보며


푸른 점은 히죽히죽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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