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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썬데이


강아지 꼬리의 하찮은 움직임.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밤, 별이 참 예쁘지? 라 묻는 도시남녀. 화면 속, 경주마 썬더는 레이스 중 미끄러지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3번 마에 걸었던 인간들의 비명. 내 돈이! 내 돈! 티브이를 보다가 칭얼거리며 끈다. 똑같은 리모컨을 소파 밑에서 찾았지. 가계부엔 '건망증 오천 이백원'이라 쓴다. 그런 일요일. 전화가 왔고, 할머니(아흔두 살)였다. 뭐하고 사냐? 라 묻길래, 시를 쓰고 있어. 거짓말한다. 울고 있냐.라고 묻길래, 아니야. 거짓말한다. 전화를 끊고 침묵하는 겸, 방안을 산책했지. 산책이 지겨워지면 인적 드문 골목처럼 나는 처량하게. 거울이 비치지 않는 구석에 서서, 하찮게 어깨를 들썩여. 개 꼬랑지보다 귀엽지 않은. 아무도 쓰다듬어 주지 않은. 싸구려 썬데이로써. 나는 열심히. 또 하나의 구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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