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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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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을 먹다가 왜 이렇게 짭냐 싶고

알고 보니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눈물 흘리는 어미 때문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이파리를 말려서 보내보았어

편지지를 세 번 접어 그 사이에 들어있는 녹 빛의 손

깃털보다 부드럽다지


그 언젠가가 되면

티브이를 보던 어미가 내게 저 주인공이 왜 울고 있냐고 줄거리를 물어보는 날이 오면

내일 또 같은 것을 묻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화면 속 슬픔에 대해 묻는 날이 오게되면

그제서야 나는 어미의 생일 때마다 울겠지

내가 울어서 주인공은 이제 울지 않아도 되거든요

농담 섞어가며 조금 짠 미역국을 어미의 밥상에

올려놓고 나는 물끄러미 어미의 주름진 입술이 여닫는 걸 보고

맛있어?라고 물으면 어미는 고개 끄덕이며 이제 가르칠 게 없네 하고

나는 고개 숙인 채 내일은 좀 어설픈 맛을 내겠노라 다짐하지

아직 멀었어 아직, 한참이나 멀었어요

일부러 꾀죄죄한 웃음 흘리며

어미의 미련을 끄집어내 흩트려 놓겠지

필사적으로

나는 어미를 놓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날이 좋아요, 엄마


또 이파리를 줍기 위해 마당으로 흘러간 어미의 등 위로

오래 당신을 지킨 감나무가 그늘을 내놓는다


어미처럼 이파리의 숨이 슬며시 아름다워진다


바짝 마른 손

따뜻한 손


어미의 생기가 내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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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이 좋아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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