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백




독백


고결을 위해 싸운 사람을 위해 쓰지 못했다

어제 부러뜨린 손가락은 오늘 내 눈을 팠고

그래, 나는 다 나았다

다 괜찮아버렸어

왜 고통은 백반 정식처럼 일상적인 게 되었는가

형이 무섭다

선배가 귀찮다

노점상에게 욕을 들었다

죽은 동생이 싫다

나는 내가 더럽다

양치를 하며 터져 나오는 것이 차라리

악몽마다 꽉 다물던 허물어진 잇몸의 피였으면

그래, 그게 차라리 나았을 테지

울음이 먼저다

일발 장전한 욕질 끝에 바라본

가족사진 속에는 어린 내가 빨간 볼을 하며 웃고

기억에도 없는 첫눈

이젠

벌레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 나는

미지근한 식은땀을 흘리며 약도를 그리고

거기 끝에는 가지 마라

벌레의 언질

예술가 하나가 뛰어내린 자리

전공은 예술이고 희망은 자살이라지

21세기가 되어도 진화하지 않는 변명들


오늘 밤은 손가락 두 개를 부러뜨리자


변명이 모자라다

당신은 내가 치졸하다

나도 내가 역겨우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벌렸다 다문다

이름 하나를, 부른다

예술

예술


오늘도 악몽이 탐스러워진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매  (0) 2018.06.20
일기 0008  (0) 2018.06.20
당신과 나의 풍경  (0) 2018.06.14
일기 0007  (0) 2018.06.05
아래, 흔들리는  (0) 201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