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래, 흔들리는




아래, 흔들리는




침대 밑의 머리카락 뭉치. 치워도 치워도 자라는 터럭들. 걸리적거리는 삶. 뭉텅이로 찾아오는 검은 실, 이끌려온 불행. 춤을 추다가 멈추는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 한다. 나프탈렌이 언제 이렇게 녹아내렸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 슬픔을 떠나보내는 것을 일과처럼 하면서 나는 자주 침대 아래를 바라보았지. 어머니, 불현듯 나는 어머니의 이름을 적어보지만. 난 정말 당신으로부터 태어난 건가요. 당신이 자주 내게 말했었죠. 너는 나를 슬프게 만드는구나. 떠난 보낸 슬픔이 어머니에게 도착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 명절에는 찾아뵐 수 없었어요. 전화로, 뚝뚝 흘리는 미련은. 눈물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우는 거니?라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 도리질을 하고. 나는 침대 밑으로 들어가 훌쩍입니다. 서러움이 반듯이 누워있듯이. 발끝부터 시작된 경련이 입술에 닿을 때. 부르르 떨리는 것이 내 몸뚱이는 아니다. 아니다. 다가온 불행이 흔드는 요람은 아니겠지. 절대, 삶의 거죽 위에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는데.


흔들리는, 삶의 표면. 

발목을 건드리는 머리카락이 무서워. 

무서워서.

어머니, 또 슬픔을 떠나보냅니다. 

나는 죽어야만 하는 새끼입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과 나의 풍경  (0) 2018.06.14
일기 0007  (0) 2018.06.05
투명  (0) 2018.06.01
나는 자주 편지를 쓴다  (0) 2018.06.01
일기 0006  (0) 201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