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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편지를 쓴다




나는 자주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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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방 거울은 반품하고 벽지에 옮겨붙은 얼굴도 거부한 당신과의 소담에서


어쩌나 싶어, 이젠 소풍이 지겨워졌어. 봄 춘,을 쓰는 법도 잊어버렸어 건망증이 아니야 냉장고 속에서 반찬 그릇 아래 핸드폰을 발견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해프닝 검지로 가리킨 아네모네가 놀라서 꽃잎을 떨어뜨려 나를 꼴 뵈기 실어 그런 걸 테지 오늘은 화병 속에 날벌레를 떨어뜨렸어 그래, 난 점점 잔인해지고 있어 밤마다 입술과 눈썹이, 배꼽과 정강이가 잘게 잘게 찢기고 있지 험담을 할 때마다 종이를 찢는 사람을 알고 있어 그래, 너도 아는 사람


당신은 심드렁해진다 어제 사다 준 장난감이 시시해진 고약한 어린애처럼 바짝 자른 손톱에 연고가 말라붙어있고 나는 모른척한다 테이블 위에 두 손을 포개어 만든 연약한 주먹 나는 몸을 일으킨다 뻗은 몸, 내민 정서


뺨에 도착한 편지


당신이 당신을 증오하는 대신 

나의 정서를 찢어발기기를


밤새도록 이어진 대화 속, 간간이 당신은 작은 소파에 기대어 잠을 청하고, 나는 그 모습 쉽게 바라보지 않는다

소중한 것은 내버려 둬야 하는 것임을, 당신을 사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또 쓴다

기꺼이 찢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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