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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생활




금기생활


누구나 자신만의 터부가 있지. 노란 손을 가진 동생은 남 앞에서는 절대 손을 펼치지 않았다. 손금이 없는 손. 색이 있는 손. 어쩌지? 나는 그런 동생이 부러웠거든. 넌 색이라도 있잖아. 나는 무색과 무취. 우리 둘이 진열되어 있다면 동생은 마이너 셀러가 되고 나는 그냥, 무색과 무취. 거리에서 어깨를 부딪혀도 전혀 미안하지 않는 존재.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나의 터부. 절실한 가사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 따위 다 좆까라그래. 라고 저주하는 것도 나의 터부. 불편한 사람 앞에서 웃는 것 또한 터부. 동생을, 이름 붙여 부리지 않는 것. 야.라고 부르는 것. 기도하지 않는 것. 편의점에서 5분 이상 있지 않는 것. 벌레는 반드시 죽이는 것. 거미는 예외인 것. 해피엔딩인 드라마는 보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이 나의 금기. 오래전 받은 편지에선, 당신과 헤어집니다. 당신은 편협한 인간이었어요. 이별의 이유가 내 속 좁음이라는 것에 또 한 번 상처받고 나는 또 자그마한 것이 되었다. 작고 씁쓸한 알약 같은 것. 당신은 고통스러울 때 나를 삼키고. 나는 진통제가 되어 당신의 불평거리가 되겠지. 당신의 터부는 나인 걸까. 메일로 받은 중학교 동창의 자살 소식처럼. 나는 아무것도, 무기력한 상태로 터부를 지속한다. 메일을 쓴다. 오늘 저는, 검은색이 되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 수신인은 바로 자신.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메일은 수신함에 도착하지 않았다. 나를 향한 고백은 영원한 금기가 되어버리고. 노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웃는 것을 목격하는 날. 나는 동생보다 먼저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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