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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1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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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11층


기억이 만든 창, 열면 항상 시인이 있고. 나는 말한다. 떠올린 제목 하나와, 안녕을. 시인은 기억 중 인간이 지닌 가장 조용한 표정을 짓고. 천천히 들어 올리는 손. 창가로 다가오지 않고 풍경과 섞이면서. 마치 녹아가는 아이스크림 같아지는 시인의 존재. 따스한 호흡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지켜보게 되는. 저 달콤하고 차가운 세계가 부러웠어. 다시 한번, 시인의 안녕. 만남에 대한 인사가 아니다. 떠남에 대한 인사가 아니다. 이리 어서 오라는 인사 받아들고. 나는 인정한다. 저 시인의 문장을. 고통으로부터 훈련된 날카로운 몸뚱이. 교미하지 않아도 진행되는 생명. 나도 당신처럼 무지개가 될 수 있겠지. 그리고 나는 창문을 열어 곧, 뛰어내린다. 죄책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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