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러




미러







거울 속 나를 끄집어내 주세요


저런 웃음 난 지은 적 없습니다


근육이 주름 아래서 몸뚱이를 뒤틀고 있어요


웃음소리가 비명소리 같은 건 착각이 아니겠지요


거울 속 나는 실수 한 적 없는 종


실패한 적 없는 생


냉수에 젖은 손이 바들거리고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건가요


나를 들여다보는 침묵은 소란이라는 것을


해쓱한 뺨이 울렁거리며


숨을 토해냅니다


호흡하는 법


우는 법


주먹을 휘두르는 법


모로 누워 잠자리를 바꾸는 법


을 잊어버렸어요 


오로지 남아버린 건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짓뿐




거울 속, 저 새끼를 


제발 끄집어내주세요




내가 썩어 푸르죽죽 해지기 전에


문드러진 형체로 내가 나를 흉내 내기 전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0015  (0) 2018.07.09
청결한 형  (0) 2018.07.05
애정욕구  (0) 2018.07.05
일기 0014  (0) 2018.07.04
혀의 생존  (0)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