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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욕구




애정욕구







미끄럼틀을 탔잖아


나보다 먼저 네가 내려갔어


나를 잡아주려고


떨어지는 나를 받아내 보려는 저 팔


튼튼하지 않는 팔뚝


노오란 끼 나는 손바닥


새끼손가락은 어쨌어?


너는 고개를 흔들고


몰라, 형이 깨물었어


네 형 뱃속에 있을 새끼손가락


그러게 약속을 지키라고 했잖아


비난에도 너는 웃고


어서 너도 떨어져


희미하게 떨리는 너의 팔과 몸


뱃속이 꼬여서 요즘은 포카리만 마셔서 그래


희멀건 혀를 내밀며 너는 자랑을 하고


나는 미끄럼틀 앞에 선다


쪼그리고 앉아버려서 보라색 팬티가 보여버리고


이거 엄마 거야


왜 엄마 거를 입어


어른이 되고 싶었으니까


너는 인정한다


자, 어서 떨어져


받아줄 거니?


세차게 끄덕이는 머리통


가마에 앉은 피딱지


그래서 난 너를 믿지


나는 미끄러진다 


쉬이잉


보라색 직물 너머 달궈진 쇠의 온도를 느끼며


폴짝, 피날레로 팔을 벌린다


너는 웃으며


절대 나를 놓지 않고


함께 본 하늘과 함께 맛본 놀이터의 진흙


자, 한번 더 해


너는 어쩜 그리도 사랑스러울까


나는 오른다


아낌없이 네게 떨어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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