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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의 생존



혀의 생존








혀를 씹었는데 혀 맛이 아닌 어제 욕지거리한 인간의 살덩이 맛이 난다는 것 

퉷 

퉷 

더 이상 그러지 말아야지 

냉수로 세수하지만 혓바닥은 

가지런히 누워있지 않아서 

또 깨물고 

지난주 욕 한 부모와 

잔돈을 훔친 마트 캐셔와 

조는 부하직원과 

문을 쾅쾅 닫는 802호 여자와 

버스 좌석에 앉아 차창에 대가리 박는 노인과

어항에서 튀어나와 저 멀리 구두 밑으로 들어간 열대어와 

그걸 밟고 이딴 거 키우지 말라고 말하는 당신을 

욕한다 

혀가 성할 리 없다

종이컵 끝을 씹어대는 것처럼

혀와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씹고

절단하려 힘내는데






다만, 진짜 죽으러 한 

p의 손을 꼭 잡고서 은밀히 말하지





그럴 땐 네 혀를 씹어봐

사이키델릭한 음악 속

뿌리부터 몸을 흔드는 혀를

비 한줌 얻어먹으려 하는 환형동물 같은 혀를

너의 근거

너의 종교

소중한 개를 죽인 혀를



물컹한 생존이 

그 얼마나 연약한지

그 얼마나 질긴지 

어찌해서 쇠 비린내 나는 것인지

너는 알게 될 거야



수만 번 씹힌 생존이 쪼그라들 때 

그래, 그땐 네 맘대로 하자



혀가 아닌 것을

마음껏 그때는 질겅, 죽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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