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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콜




소년 콜




오지 마요 버렸잖아 잔인한 것도 모르게 버렸잖아


말소된 사랑에 속게 만들었어요 


어미에게 전화를 하다가 그쪽에서 먼저 끊어버렸지


미안


분명히 그런 말을 했겠지 


소년은 믿는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겠지 싶어서


필요 없는 새끼는 둥지에서 밀어내는 짐승을 배우고 나서


소년은 교과서를 오려버린다


이러면 안 돼요


선생님, 새끼를 버리는 어미는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교과서를 오려버리면 안 돼


선생님, 선생님도 새끼를 버리려고 했었나요? 막지 말아요.


쉬는 시간 동안 걸레 물이 가득 찬 양동이를 든 벌을 선다


바들거리는 팔


바들거리는...


현관문 밖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 어미가 떨면서 소년의 뺨을 만져보았지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오늘 소년은 싸웠습니다


어미 없는 새끼!


아이의 부재는 왜 남이 먼저 알아버리는 걸까


소년은 주먹을 휘둘렀지


까진 손등에 혀를 댄다 


쓴맛이 나


흙과 콧물, 피딱지, 십 원짜리 맛이 난다




주머니를 뒤진 소년은 학교 앞 공중전화박스로 간다




어미에게


오지 마요


라고 말하려고




절대 미안하다고 말하지마요


라고 굳이 전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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