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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소년 B





고요한 소년 B



너의 어린 시절에는 머리에 돌이 자주 날아들었다.

너는 고요한 연못.

아이들을 언제나 그랬듯 고요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오줌을 누고 돌을 던지고, 생물 시간 해부실험 후 남은 개구리를 모아 뿌렸다.

너만 아무것도 던지지 않았고.

네가 바라보던 연못의 붉고 축축한 물결.

연못에 있는 동상 말이야, 밤마다 우는소리를 낸다고 해.

아비에게 맞아 죽었는데, 죽은 동생을 본 따 누이가 동상을 만들었다고 하잖아.

그래서 운다고, 한이 있다는 소문.

한이 뭐냐.

친구의 물음에 너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맞고 나서, 죽고 나서, 딱딱해지고 나서, 억울한데. 그래도 아빠가 보고 싶은 거. 많이 아주 많이.


빗방울이 너와 우리를 죽인다. 

아무도 말끔히 닦아낼 수 없는 얼굴을 적시는 수억 개의 폭력.

어느, 하교 시간에 있었던 또 다른 소문.


아직도 있다는 그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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